티스토리 뷰
목차
영화 ‘끝까지 간다’는 2014년 개봉 이후 긴박한 전개와 강렬한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한국 범죄 스릴러입니다.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경찰 내부의 부패, 무너진 공권력, 그리고 일상적 공간 속 비정상성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사회적 메시지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끝까지 간다’ 속 등장인물과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한국사회의 문제, 그리고 장소성이 어떻게 그 메시지를 강화하는지 분석합니다.
경찰 조직의 어두운 단면
‘끝까지 간다’는 형사 고건수(이선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뺑소니 사고와 이후 사고를 은폐하려는 과정이 전개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한 형사의 실수로 시작된 사건은 점점 더 깊은 조직 내부의 부패와 결탁으로 확장됩니다. 영화는 경찰 조직이 어떻게 위기를 덮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고 숨기며, 서로를 협박하고 스스로 사회 정의의 주체가 아닌 범죄의 공범이 되어 가는지를 현실감 있게 드러냅니다.특히 조진웅이 연기한 박창민은 내부 감찰 형사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무기로 타인을 압박하고 권력을 행사합니다. 이 장면들은 실제 현실에서 뉴스에서도 접하는 경찰 내부의 비리, 은폐, 갑질 등의 사건들과 겹쳐지며 관객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고건수라는 평범한 인물이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 하고, 본인도 알지도 못한 채 다시 그 거짓을 감추기 위해 범죄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추락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이러한 내용은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던 경찰의 조직 내의 보호 논리, 내부 고발자에 대한 탄압, 형식적이고 봐주기식 감찰 시스템 등 다양한 현실 문제를 영화적 이야기로 풀어가며 관객의 몰입과 분노를 동시에 유도합니다.
부패의 일상화와 도덕의 붕괴
‘끝까지 간다’에서 중심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도덕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고건수는 원래부터 악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결국 연쇄적인 범죄에 가담하게 됩니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 속 ‘악의 논리의 가속화, 전당성’을 상기시킵니다.박창민 역시 겉으로는 조직을 위한 감찰 형사이지만, 사실상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부패를 주도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증거물 보관실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하고, 동료 경찰을 협박하면서 권력을 사적으로 휘두러기도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지 영화적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 속 ‘공익’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권력자의 모습을 표현합니다.더 나아가 영화는 이 부패가 단순히 특정 인물들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으로 용인되고 방조되는 시스템임을 보여줍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 동료 간의 침묵, 감찰 시스템의 무기력함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조직 내부의 부조리함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많은 관객들이 "이건 영화가 아니라 현실 같다"는 반응을 보인 이유이기도 합니다.이처럼 ‘끝까지 간다’는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협하고 무너지는지를 현실감 있게 제시하며, 관객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를 넘어, 현대 한국 사회의 윤리적 무감각과 추락을 현실감 있게 비판합니다.
공간과 장소성이 전하는 현실감
‘끝까지 간다’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들은 전형적인 한국의 한지역,도시 풍경입니다. 낡은 경찰서, 좁은 골목길, 어두운 지하주차장, 그리고 주택가 주변의 폐창고 등은 모두 관객에게 낯설지 않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배경은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리며,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간배경을 부여합니다.특히 시체를 숨기는 장소로 등장하는 경찰서 내 증거 보관실은 상징적 공간입니다. 정의를 위한 증거가 쌓이는 곳이자, 동시에 진실이 은폐되는 공간이라는 아이러니가 돋보입니다. 이런 공간은 곧 경찰 공권력의 이중성을 표현해 내며, 권력이 정의를 담보하지 못할 때 어떤 파국이 일어 날지를 미리 예고합니다.또한, 영화의 많은 장면은 비 오는 밤, 안개 낀 도심 등 불안하고 무거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는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물리적 공간이 감정과 정서의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건수가 차를 몰고 도망치는 좁은 도로, 박창민이 숨어드는 어두운 창고 등은 그 자체로 압박감을 전달하는 배경으로 활용됩니다.이러한 공간 구성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과 한 인물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요소입니다. 한국 사회의 그늘을 담은 장소들은 곧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더 이상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메타포로 작용합니다.‘끝까지 간다’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 한국 사회 내부의 부패, 권력 구조, 조직 문화 등을 강하게 꼬집는 사회적 표현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과 공간은 모두 현실의 거울이며,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대한 경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작품을 다시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보시기 바랍니다.